조현화랑_서울은 사진과 착각될 만큼의 섬세한 환영 너머로 유형과 무형의 경계를 탐구하는 작가 강강훈의 개인전을 2025년 5월 16일부터 7월 13일까지 개최한다. 2022년 조현화랑 개인전 이후 2년 반 만에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는 강강훈 작가의 인물화와 목화 모티브가 내포하고 있는 세대간 흐름의 메타포를 추상과 구상을 넘나드는 고유한 회화적 표현으로 드러내는 최근 신작들을 소개한다. 2025년 제작된 200호 사이즈의 대작 4점과 목화 소품들이 화이트큐브 공간을 밀도 있게 구성하여, 실재와 재현에 대한 작가의 깊은 사유를 몰입감있는 경험으로 선사할 예정이다.
강강훈은 미술사에서 가장 오래된 형식 중 하나인 초상화를 통해 자신의 자녀의 모습을 그린다. 그는 개별적 존재를 충실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상의 존재론적 상태를 포착하기 위해 인물의 정적인 조형의 틀 안에서 관계 속 생성되는 정서적 움직임과 생명의 에너지를 담아내려 한다. 이러한 시도는 딸아이의 표정을 사진으로 수백 장 촬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과정은 계산적으로 접근할 수 없기에, 딸과의 감정적 교감을 바탕으로 한 자연스러운 소통이 화면을 구성하게 된다. 작가가 딸을 작품에 등장시킨 것은 2016년부터로, 작품에는 딸의 성장과 변화하는 순간들이 고스란히 담긴다. 섬세한 붓질로 기록되는 이러한 작업은 전통적인 가족 초상화의 범주를 넘어, 시간의 흐름 속에서 형성되는 정체성과 정서적 연결, 그리고 기억의 층위를 포함하는 관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작품에서 중요한 모티프 중 하나인 목화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존재를 상징하며, 자연적 오브제에 내포된 초월적 존재성을 함축한다. 작가가 목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2022년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의 부재 이후 목화의 부드러운 솜털과 솜을 받치고 있는 잎사귀가 어머니의 흰머리와 손을 연상시키면서이다. 목화의 솜은 생기가 깃들지 않은 꽃의 형상을 하고 있으면서도, 새로운 생명의 온기를 품는 이중적 특성을 지닌다. 세대 간의 흐름과 변화하는 존재를 은유하는 동시에, 존재와 부재, 유형과 무형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형성하는 목화와 인물의 대비는 바니타스 회화 전통의 유한성과 영속성에 대한 주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또한, 목화의 묘사에서 과감히 생략된 디테일과 두꺼운 물감이 만들어내는 강한 마티에르, 그리고 절제된 색감이 형성하는 독특한 시각적 언어는 마치 땅에 발을 딛고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을 바라보듯, 물질적 형상을 취하면서도 그 너머에 존재하는 초월적 세계를 향하며 추상성의 경계를 넘나든다. 이러한 표현은 <비는 그친다(After Rain)>, <해는 진다 (After Sunset)>, <모든건 스쳐 지나간다(All things pass)>와 같은 제목에서도 나타나듯, 자연 속 변화하는 존재, 생명의 지속성과 영성을 포함한 비물질성을 주제로 부각시킨다. 아이의 얼굴과 함께 배치된 목화, 그리고 작품 속을 비추는 빛과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은 세대를 이어 지속되는 존재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끊임없이 상실되나 새롭게 이어지는 존재에 대한 기억을 호출하는 시각적 메타포로서 고유한 의미를 획득한다. 강강훈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회화적 본질을 고스란히 담는 이번 전시는 7월 13일까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