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k Mi Gyung: 박미경

현대미술에 있어 성이란 너무도 많은 작가들에 의해 다루어져 왔다. 또한 미술사에 남은 거장 중, 성을 모티브로 그림을 그렸던 작가도 무수히 많다. 성은 인간의 관심이자 그림의 가장 중요한 모티브이다. 그녀의 그림은 온통 섹슈얼리티와 연관된 것들이다. 작가는 인간의 성적 욕망과 성적 행위, 그리고 이와 관련된 사회제도와 규범들을 조롱하듯 성적기제들이 화면의 전면에 펼쳐져 있다. 남자의 성기가 과도하게 강조되어있거나 동물처럼 변형된 인물의 형상이 등장하기도 한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작가의 드로잉은 분열적이다.
하지만 마치 키이스 헤링(Keith Heriling 1958-1990)이 그랬던 것처럼 박미경 역시 심각한 주제를 재치 있게 실어 나르고 있다. 과도한 집착과도 같은 표현방법과는 달리 작가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성은 페미니즘이나 프리섹스, 성적 억압과 해방과 같은 무거운 담론을 발생시키지는 않는다. 주제에 대한 지나친 중압감으로 형식적 묘미를 잃어버리고 마는 일반적인 신인들과는 달리 작가는 남다른 균형감각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은 주제에 대한 호소력보다는 분명 그 형식적 특성이 압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