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상 (b.1958)
김택상은 30여 년에 걸쳐 ‘물’이라는 매체를 통해 색의 번짐과 침착, 겹침을 실험해온 작가다. 바닥에 눕힌 캔버스 위에 극소량의 안료를 푼 물을 붓고 말리는 반복적인 작업은 수행적이면서도 치유적인 ‘보살핌의 미학’을 드러낸다. 수십 차례의 층위를 쌓아가는 행위는 화면에 미세한 간극을 만들고, 빛을 산란시켜 깊이와 밀도를 부여한다. 마치 자연이 스스로 그려낸 듯 은은하고 담백한 색감을 띤 그의 회화에 대해 작가는 ‘맑을 담’ 자를 써서 ‘담화(淡畵)’라 명명한다. 1990년대 초 정치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업에서 출발한 그는, 옐로스톤 화산 분화구의 물빛에 매혹되며 예술적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후 자연의 구조—물, 공기, 빛, 중력—를 작업실로 끌어들여 자신만의 조형 방식을 구축하며 물질성과 감각, 개념과 자연을 잇는 회화 세계를 펼쳐왔다. 눈에 띄는 대비보다 분간하기 어려운 유사성과 떨림, 그리고 빛의 진동을 담는 그의 회화는 단색화의 계보 속에서 논의되면서도, 자연과 인간, 매체와 인식의 관계를 섬세하게 탐색해온 독자적인 사유의 여정을 보여준다. 작가는 중앙대학교 회화과에서 학사를, 홍익대학교 서양화과에서 석사를 마쳤다. 그의 작품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금호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키시오 스가 (b.1944)
일본의 모노하(もの派, mono-ha) 운동을 이끈 키시오 스가는 나무, 금속, 돌, 종이, 로프, 콘크리트, 왁스, 비닐 등의 물체를 가공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공간 안에 배치하여 연결시키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물체와 물체, 물체와 공간 사이의 중간 영역을 조율하는 방식으로 작품에 개입하며, 회화나 조각이라는 기존의 예술 장르를 넘어 일종의 풍경을 통한 유동적 관계를 경험케 한다. 그는 1964년부터 1968년까지 도쿄의 타마미술대학교를 다녔으며, 당시 아르테 포베라, 랜드아트 등의 국제적 흐름에 영향을 받은 노부오 세키네, 지로 타카마츠와 같은 젊은 예술가들과 함께 모노하를 탄생시켰다. 졸업 직후 자연과 사물을 이용한 일시적인 구성물을 만들기 시작했으며, 이를 도쿄의 야외 장소에 배치하여 "필드워크"라는 용어로 정의했다. 그는 이러한 활동을 실내 환경으로 옮기며, 파라핀 왁스로 만든 토템 모양의 "평행 지층" (1969)이나, 세로로 놓인 강철 판 네 장으로 이루어진 사각형인 "소프트 콘크리트" (1970)과 같은 전례 없는 설치 작품으로 인정을 받았다. 제8회 파리 비엔날레, 제38회 및 제57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작품을 선보인 그는 지난 40년동안 파리의 국립 현대 미술 센터,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 뉴욕 현대 미술관, 베니스의 푼타 델라 도가나 등 유수의 미술관의 주요 전시에 참여했으며, 최근에는 뉴욕의 Dia: Chelsea와 밀라노의 피렐리 행거비코카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의 작품은 현재 다양한 공공 및 사립 컬렉션에 포함되어 있다.
이광호 (b. 1967)
이광호 작가는 일상적인 소재를 형상의 재현을 넘어 자신만의 독창적인 언어로 해석한다. 다분히 노동적이고 어찌 보면 강박적이기까지 한 사실성을 뛰어넘는 회화적 묘사를 통하여 작가는 자신의 의도 속에서 조작되고 재구성된 현실을 보여준다. 강렬하고 드라마틱하게 표현된 대상들은 작가 내면의 욕망을 드러내고 바라보는 이의 촉감까지 자극하며, 원래 알고 있다고 생각되었던 대상이 너무나 세세하게 표현되어 있어 오히려 처음 보는 것 같은 생경함을 느끼게 한다. 우리가 이미 알고 익숙해져 온 것들은 의미를 잃을 수 있지만, 이광호는 그 모래시계를 뒤집는 방법을 이해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조현갤러리 부산, 국제갤러리 서울, 창동 스튜디오 갤러리 서울 등 다양한 장소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부산시립미술관 부산, 가나아트센터 서울, 사치 갤러리 런던에서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그의 작품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 미술관, 제주도립미술관, 포스코 아트 뮤지엄 등 국내외 주요 컬렉션에 포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