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an Charlton: 알란 챨톤

조현화랑은 모노크롬의 대가인 영국 화가 알란 챨톤의 전시를 개최합니다.
그의 회색 단색화는 일상을 범람하는 현란한 이미지와 영상이 회화와 경쟁하고 화가들을 유혹하는 오늘날의 회화 세계에서 단호함, 명료함, 섬세함으로 하나의 극점을 이루고 있습니다. “나는 회색 그림을 만드는 작가”라고 자신을 정의하는 알란 챨톤은 로얄 아카데미 학생이던 1969년 첫 회색 그림을 그렸으며 당시 스스로 정한 회화의 방법론을 40년간 고수해 왔습니다. 그것은 회화를 만드는 필수불가결의 과정인 나무틀 짜기, 천 씌우기, 물감 칠하기, 그리고 벽에 걸기, 4단계의 작업을 장인적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이는 삶과 예술에서 정직성을 추구하려는 의지의 표명이었습니다. 중성적이고 도시적이어서 채택된 회색은 명도의 무한한 변주를 가능하게 하면서 알란 챨톤의 화면에 모든 회화가 추구해 온 빛과 아우라를 부여했습니다.
40년간 회색 그림만을 그렸다면 지루한 반복일 것 같으나, 알란 챨톤은 동어반복의 위험을 캔바스의 형태와 회색의 변조, 그리고 그들을 공간 속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극복했습니다. 설치를 통하여 그림 안과 밖의 관계가 생겨나고 회색 형태들이 조율하는 공간의 울림은 관객의 마음 속까지 전해집니다. 단순함 가운데 미묘한 차이들은 더욱 드러나게 되며 보는 사람은 그 차이에 한없이 민감하게 되는 것이 알란 챨톤의 회화가 가지는 미덕이라 하겠습니다.
 
이번 부산 전시에는 2008년 10-11월 조현화랑_서울 전시에서 보였던 구작들과 아울러 조현화랑 공간을 위하여 제작한 신작들, 그리고 1991년에 제작한 실크스크린 판화 <10개의 회색 사각형>을 작가가 직접 설치했습니다.
 
알란 챨톤은 1948년 영국 쉐필드에서 태어났으며 런던 로얄아카데미를 졸업하였습니다. 약관 24세의 나이에 현대미술의 신화적인 화랑인 독일 뒤셀도르프 소재 콘라드 피셔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래, 런던의 리쓴, 미로, 쥬다, 파리의 뒤랑 데쎄르, 스위스의 츄디, 밀라노의 인베르니찌, 나폴리의 아르티아코, 뉴욕의 카스텔리, 스탁 등 유수의 화랑을 위시해서 유럽과 미국의 미술관에서 150여 차례의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최근의 주요 미술관 개인전으로는 독일 크레베의 쿠어하우스미술관(2008,2002),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투른 탁시스궁(2006), 암스테르담 슈테델릭 미술관(2001), 프랑스 님므의 꺄레다르 현대 미술센타(1997), 이태리 토리노의 카스텔로 디 리볼리(1989), 파리시립미술관(1989) 전시를 꼽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