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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보 (b. 1931 - 2023)

단색화의 기수로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주도했던 박서보의 작업세계는 크게 네 가지 시기로 구분 지을 수 있다. 57년에서 60년대 중반까지의 원형질시대, 60년대 중반에서 70년까지의 유전질시대, 70년대 초반에서 80년대 후반으로 이어지는 묘법시대, 그리고 80년대 후반에서 현재까지의 후기 묘법시대이다. 묘법(猫法)이란 ʻ 그린 것처럼 긋는 방법’이라고 풀이되며, 프랑스어 ‘Ecriture’는 ʻ쓰기’란 의미를 지닌다. 제목과 같이 묘법은 선을 긋는 행위의 결과물이다. 캔버스를 물감으로 뒤덮고 그것이 채 마르기도 전에 연필로 선을 긋고, 또 물감으로 지워버리고, 다시 그 위에 선을 긋는 행위를 되풀이하는 과정과 결과가 바로 작품이다. 여러 겹의 축축한 한지를 젤 미디움을 써서 캔버스에 정착시킨 뒤, 표면을 다시 수성안료로 촉촉하게 만든 후, 손이나 막대기로 수차례 긋는다. 손이나 막대기로 그어 내려간 한지 작품은 가까이서 보면 한지 특유의 질감이 자연스럽고 우연적으로 나타나 있다. 회화의 행위성이 끝나면서 작품도 끝난다는 서구의 방법론을 넘어 시간이 개입되면서 변화의 과정을 거친뒤에야 완성에 이른다는 동양 회화의 세계를 잘담아냈다. 작가는 랑앤 파운데이션, 화이트 큐브, 베니스 비엔날레, 삼성미술관 리움, 부산 시립미술관, 리버풀 테이트 갤러리, 뉴욕 브루클린 미술관, 등의 다수의 전시에 참여해왔다. 그의 작품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홍콩 M+ 미술관, 아부다비 구겐하임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도쿄 현대미술관과 같은 국내외 주요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우환 Lee U Fan  (b.1936-)

이우환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중퇴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1961년에 니혼대학 문학부 철학과를 졸업하였다. 1968년부터 1975년 사이 일본 도쿄에서 전개된 모노파의 이론과 실천을 주도하며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후 모노파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인물로서 국제적 명성을 얻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점과 선의 대가'로 불리는 그의 초기 작품들은 점이 선이 되고 나아가서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는 동양 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의 작업은 ‘획’이 지닌 의미와 그려지지 않는 여백을 이해해야 한다. 획에는 무한한 순간 속에 정지한 듯, 고요한 가운데 움직이는 듯 정중동, 생동감, 기가 흐른다. 파리비엔날레, 상파울루비엔날레, 카셀도큐멘타 등 권위 있는 국제전에 참여하여 큰 호응을 얻었으며, 뒤셀도르프시립미술관, 루이지아나미술관, 밀라노 현대미술관, 일본 하라현대미술관, 가마쿠라근대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가졌다. 일본 나오시마에는 이우환 미술관이 설립되었다. 그의 작품은 파리 퐁피두미술관, 베를린국립미술관, 뉴욕 근대미술관, 도쿄 국립근대미술관,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호암미술관등 유수의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김종학 (b.1937)

특정한 대상이나 조형 양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김종학 작가는 꽃의 화가로 불린다. 자연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작품의 주제로 삼는다. 이름 모를 곤충들과 새, 야생화들이 자신을 기쁘게 해준다고 말하는 작가는 시간이 날 때면 그것들과 조우하고 이미지를 머릿속에 넣은 후 작업실로 돌아와 캔버스에 옮긴다. 단순히 자연을 묘사하기 보다는 작가만의 애정을 바탕으로 한 재해석의 과정을 통해 추상이 뒷받침된 구상의 방식으로 재탄생 시킨다. 김종학은 1980년대부터 설악산의 자연을 그리기 시작했다. 설악산은 계절마다 다른 4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계절별 특성이 뚜렷하다. 산에서 오랜 시간을 지내온 작가에게 계절의 색채를 연구하고 작품화 한 시도는 어쩌면 당연하다. 김종학 작가는 1964년 첫 개인전을 신문회관 화랑에서 열었고, 1965년 제5회 파리비엔날레에 작품을 출품했다. 설악동에작업실을 마련하고 구상 계열의 작품에 몰입하기 시작한 이후, 1985년 원화랑에서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국내외 주요 미술관 및 갤러리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2011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의 회고전과 2018년에는 일본 도쿄의 토미오코야마 갤러리와 프랑스 파리 기메 박물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2019년 프랑스 파리의 페로탕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2020년에는 부산시립미술관에서의 대규모 회고전을 열었다. 그의 작품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호암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리움삼성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동양미술박물관-기메(파리)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 배 (b. 1956)

이 배 작가는 30여년 동안 ʻ숯’이라는 재료와 흑백의 서체적 추상을 통해 한국 회화를 국제무대에 선보이고 있다. 1990년 도불 이후 서양 미술재료 대신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재료인 숯을 작품에 사용하기 시작한 작가는 숯이 가지고 있는 삶과 죽음, 순환과 나눔 등의 태생적 관념 위에 작가 특유의 예술적 상상력을 더하여 드로잉, 캔버스, 설치 등의 다양한 형태의 작업으로 확장시켜 왔다. 캔버스 위에 절단한 숯 조각들을 빽빽하게 놓고 접합한 후 표면을 연마해낸 이슈드푸(Issu du feu), 숯가루를 짓이겨 미디엄을 사용해 화면에 두껍게 안착시킨 풍경시리즈(Landscape)와 목탄에서 추출한 검은 안료로 캔버스 위에 형태를 그리고 밀랍 같은 두꺼운 재료를 여러 번 덮은 작업인 아크릴미디움(Acrylic meidum), 숯가루가 섞인 먹물로 다양한 형태의 붓질 그대로를 보여주는 붓질(Brushstroke), 숯 자체 또는 브론즈로 보여주는 조각 시리즈 등이 있다. 그는 숯을 사용하는 이유가 그 안에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자연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프랑스 기메 미술관, 페르네브랑카 파운데이션, 대구미술관, 생테티엔 현대미술관, 베이징 투데이 아트미술관 등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다. 현재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 리움미술관, 마그파운데이션, 프랑스 파리 기메 박물관, 스페인 쁘리바도 알레 그로 재단을 포함한 국내외 주요 미술관에 소장되어있다.

 

키시오 스가 (b.1944)

일본의 모노하(もの派, mono-ha) 운동을 이끈 키시오 스가는 나무, 금속, 돌, 종이, 로프, 콘크리트, 왁스, 비닐 등의 물체를 가공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공간 안에 배치하여 연결시키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물체와 물체, 물체와 공간 사이의 중간 영역을 조율하는 방식으로 작품에 개입하며, 회화나 조각이라는 기존의 예술 장르를 넘어 일종의 풍경을 통한 유동적 관계를 경험케 한다. 그는 1964년부터 1968년까지  도쿄의  타마미술대학교를  다녔으며, 당시 아르테 포베라, 랜드아트 등의 국제적 흐름에 영향을 받은 노부 세키네, 지로 타카마츠와 같은 젊은 예술가들과 함께 모노하를 탄생시켰다. 졸업  직후 자연과 사물을 이용한 일시적인 구성물을 만들기 시작했으며, 이를 도쿄의 야외 장소에 배치하여 "필드워크"라는 용어로 정의했다. 그는 이러한 활동을 실내 환경으로 옮기며, 파라핀 왁스로 만든 토템 모양의 "평행 지층" (1969)이나, 세로로 놓인 강철 판 네 장으로 이루어진 사각형인 "소프트 콘크리트" (1970)과 같은 전례 없는 설치 작품으로 인정을 받았다. 제8회 파리 비엔날레, 제38회 및 제57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작품을 선보인 그는 지난 40년동안 파리의 국립 현대 미술 센터,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 뉴욕 현대 미술관, 베니스의 푼타 델라 도가나 등 유수의 미술관의 주요 전시에 참여했으며, 최근에는 뉴욕의 Dia: Chelsea와  밀라노의 피렐리 행거비코카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의 작품은 현재 다양한 공공 및 사립 컬렉션에 포함되어 있다.

 

백남준 (b.1932-2006)

한국을 대표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은 1932년 서울에서 출생해 2006년 미국에서 타계했으며 그의 유해는 서울, 뉴욕, 독일에 나누어 안치돼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달은 가장 오래된TV’(1965), ‘TV 정원’(1974),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 등이 있으며, 1996년 뇌졸중으로 쓰러졌지만 신체장애를 극복하며 이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2000년 뉴욕 구겐하임미술관과 서울의 로댕갤러리, 호암갤러리에서 대규모 회고전 〈백남준의 세계〉가 열렸다. 베니스 비엔날레황금사자상(1993), 일본 교토상(1998), 독일 괴테메달(1998), 대한민국 금관문화훈장(2000) 등을 수상했으며, 1997년 8월 독일 경제 월간지 〈캐피탈〉이 선정한 ‘세계의 작가 100인’ 가운데 8위에 올랐고, 2006년 미국 〈타임〉지에서 ‘아시아의 영웅’으로 선정된 바 있다.

 

클로드 비알라 (b.1936)

1936년 프랑스 남부 님(Nîmes)에서 태어나 현재까지 님에서 거주 및 작업하고 있는 클로드 비알라는 1955년부터 1959년까지 몽펠리에의 에꼴 데 보자르, 1962년부터 1963년까지 파리 보자르에서 레이몬드 장 르괴(Raymond Legueult) 아래 회화를 공부했다. 1970년대 프랑스에서 결성된 전위적 미술단체인 ‘쉬포르/쉬르파스’의 창립멤버로, 캔버스의 나무틀을 떼어버리고, 작품의 바탕이 되는 대상을 더욱 확장시키는 방식으로 전통적인 회화의 표현과 매체를 전복시켰다. 산업용 타폴린 작업을 시작으로, 강낭콩 같기도 하고 또는 팔레트 혹은 관절의 마디 형 태와 비슷하게 생긴 추상적인 패턴을 끝없이 반복해 나갔으며, 1966년에 발견한 이 형상은 곧 그의 고유 작업 스타일이 되었다.클로드 비알라는 1982년 퐁피두센터에서 회고전을 개최했고, 1988년 베니스 비엔날레 프랑스 대표 작가로 참여했으며, 같은 해에 느베르 대 성당 스테인드 글래스창을 만들었다. 니스, 리모즈, 마르세이유, 파리 등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님므 대학의 학장직을 역임하였다. 그의 작품들은 파리 국립현대 미술관, 퐁피두센터, 뉴욕 현대미술관, 몬트리올 미술관 그리고 오사카 국립 국제미술관 등의 수많은 공공 컬렉션에 소장 중이다.

 

앨런 찰턴  Alan charlton  (b.1948-)

“나는 회색 그림을 만드는 작가”라고 자신을 정의하는 앨런 찰톤은 로얄 아카데미 학생이던 1969년 첫 회색 그림을 그렸으며 당시 스스로 정한 회화의 방법론을 50년간 고수해 왔다. 회화를 만드는 필수불가결의 과정인 나무틀 짜기, 천 씌우기, 물감 칠하기, 그리고 벽에 걸기의 4단계의 작업을 장인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포함된 그의 방법론은 삶과 예술에서 정직성을 추구하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중성적이고 도시적이어서 채택된 회색은 명도의 무한한 변주를 가능하게 하면서 알란 챨톤의 화면에 모든 회화가 추구해 온 빛과 아우라를 부여한다. 24세의 나이에 현대미술의 신화적인 화랑인 독일 뒤셀도르프 소재 콘라드 피셔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래, 런던의 리쓴, 미로, 쥬다, 파리의 뒤랑 데쎄르, 스위스의 츄디, 밀라노의 인베르니찌, 나폴리의 아르티아코, 뉴욕의 카스텔리, 스탁 등 유수의 화랑을 위시해서 유럽과 미국의 미술관에서 150여 차례의 개인전을 열었다. 주요 미술관 개인전으로는 독일 크레베의 쿠어하우스미술관,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투른 탁시스궁, 암스테르담 슈테델릭 미술관, 프랑스 님므의 현대미술관, 이태리 토리노의 카스텔로 디 리볼리, 파리시립미술관 등이 있다. 그의 작품은 전 세계 유수의 공공 및 사립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피터 짐머만 Peter Zimmermann (b. 1956)

피터 짐머만은 본인의 아카이브 단면을 스캔하거나, 인터넷, TV 혹은 다른 정보매체에서 모은 이미지 자료들을 혼합하고, 그 결과물을 다시 회화로 전환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추상적 이미지를 도출해낸다. 점과 원으로 구성된 추상적 형태들은 매우 짙은 농도의 색채를 띠며 부조와도 같은 다양한 층층으로 화면의 표면을 덮는다. 에폭시로 만들어진 다층의 흐르는 듯한 표면은 매우 반짝이며 무지개 같은 효과를 내어 보는 이로 하여금 허상의 윤곽을 보게끔 한다. 컴퓨터의 방식과 기술을 따라 생산된 화려하고 감각적인 회화 표면의 물질성은 매혹적이고 반짝이는 하나의 사건으로서 그 우연적인 순간은 스스로 모더니티의 패러다임을 선보인다. 작가는 미국 콜럼버스 박물관, 독일 잘츠부르크 현대 박물관, 미국 크랜브룩 미술관 및 뉴올리언스 현대 미술관에서 전시를 가졌으며, 그의 작품은 프랑스 퐁피두 센터, 미국 MOMA, 독일 쾰른 현대미술관과 스튜트카르트의 국립 갤러리 등의 공공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클라라 크리스탈로바 Klara Kristalova (b.1967)

스웨덴 스톡홀름 북쪽 지방 숲 속에서 작업하는 클라라 크리스탈로바는 인체, 동물, 곤충, 꽃, 나무와 같은 자연의 요소에 대한 세밀한 관찰을 바탕으로 긴밀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이야기꾼이다. 인간과 생태학적 삶에서 기인한 평범하지만 억제되어 있는 비선형적 내러티브를 수백 년 전통의 조각 방식을 기반으로 점토와 유약, 수채화의 물성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독특한 도예 작품으로 빚어낸다. 특이하지만 평범한 일상의 오브제로 구성되어 받침대나 선반에 놓이는 그의 작품은 관람객의 눈높이에서 시선을 맞추고, 피하기도 하며 무의식 속 감정과 소통한다. 크리스탈로바는 스톡홀름의 왕립대학교 미술 대학에서 공부하고 1994년 스톡홀름의 갤러리 메얀에서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유럽을 포함한 전세계의 유수의 기관에서 개인전 및 단체전을 가졌다. 작가의 작품은 현재 스웨덴 스톡홀름의 국립박물관, 미국 플로리다의 NSU 미술관, 핀란드의 EMMA 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