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den Points Walking into landscape: 조종성

조현화랑은 2014년 새해를 맞이하여 한국화의 새로운 모색으로 조명 받는 조종성 작가의 개인전<숨겨진 시점, 풍경을 거닐다>을 마련한다. 부산 동아대학교 출신으로 금호미술관, 포항시립미술관, 부산 비엔날레 등 미술관에서 주로 선보였으며, 조종성은 국내보다 상하이, 홍콩, 프랑스에서 활동하였다. 국내 첫 개인전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숨겨진 시점, 풍경을 거닐다>라는 전시명으로 1월10일부터 2월 9일까지 평면과 입체작품을 포함한 30여 점을 선보인다.

 

한국화의 새로운 모색은 여러 작가들에 의해 다양하게 시도되었다. 간편하게 패러디 하거나 유희적인 기호놀이로 팝아트의 도상처럼 다루어지곤 하였는데 이러한 한국화에 대한 조종성의 시선은 조심스럽고 흥미롭다. 한국 전통 산수화의 조밀한 농묵과 옛 선조들이 그리는 방식이었던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탐구가 그것을 말해준다.

 

조종성은 산수화에 내재된 여러 의미를 흥미롭게 독해하고 그것을 오늘날 어떻게 그려나갈 것인가를 돌아보게 한다. 조감의 시선에 의해 아득한 거리에서 포착된 그의 산수화는 미세하고 복잡하다. 디테일한 묘사의 완성도와 단색의 계조로 이루어진 풍부한 먹 맛, 그리고 바위산과 나무의 질감 표현, 이른바 촉각성이 느껴지는 듯한 처리가 돋보이고 흥미로운 구도가 시선을 잡아 끈다. 그것이 익숙하면서도 무척 낯설고, 재미난 산수로 다가온다.

 

그의 그림에는 산과 돌, 나무와 집, 다리와 물, 그리고 구름이 반복해서 이어지고 배열되어 있다. 그림의 중심이나 구분은 모호하다. 어느 곳에 시선을 두어도 그림을 감상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보는 이들은 화면을 훑어나가면서 부분적으로 집중하여 감상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그림은 관람자로 하여금 화면 속을 배회하고 소요하게 한다.

 

조종성은 산수화에 내장된 다양한 시점을 강조하는 구도를 구사하고 있다. 산수화가 지닌 시점의 이동에 강한 흥미를 지니고 있는 듯한 그의 화면에는 원근이 아닌 이동시점과 다양한 시점이 공존한다. 고정시점, 특정 시각에서 바라다본 대상의 리얼리티가 아니라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시각에서 느끼는 기(氣)의 흐름을 형이상학적으로 추상화시키는 방법론이 원용되고 있다. 서양화의 2차원적 시점에서 벗어나 내면의 시점으로 풍경을 바라보는 동양적 시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작업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산수화에 으레 등장하는 점경의 작은 집의 형태가 화면에서 나와 공간에 구체적으로 실재하는 연출이다. 자작나무로 만들어진 작은 집의 모형이 입체(조각)가 되고 오브제가 되었으며 바닥에 놓이면서 벽에 걸린 그림과 상호작용을 한다. 그 작은 집 또한 보는 시점에 따라 다른 양태를 지니는 것처럼 왜곡되게 만들어졌다. 투시법에 맞지 않는 집인데 흡사 보는 시점에 따라 다양하게 관찰되는 집을 산수화의 시점을 응용해 안겨준다. 이른바 왜상으로서의 집인 셈이다. 산수화와 설치, 회화와 집의 모형, 그러니깐 그림과 건축, 이미지와 오브제가 공존하면서 서로 길항하는 관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화면 속의 집과 화면 밖의 집이 겹쳐지고 집 안에서 본 풍경, 집 바깥의 풍경이 그렇게 스친다.

 

치밀하게 고안하고 의도된 숨겨진 화가의 시점을 찾아가다 보면 풍경 속 울창한 숲과 시원한 폭포, 한번쯤 쉬어가 보는 정자를 만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곳을 휘휘 둘러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멀리 바라보는 관념산수화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실재하는 자연을 소요하는 체험(정신적 활력)을 맛보게 하고자 한 조종성의 산수를 통해 관람자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동참시키며 보는 이의 상상력과 지각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