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십경: 장민승

조현화랑 부산에서는 2011년 7월 8일부터 8월 21일까지 장민승 개인전<수성십경>을 선보인다.
수성십경(水聲十景)은 조선시대 겸재정선의<장동팔경첩(壯洞八景帖)>중 인왕산 아래 수성동(현 종로구 옥인동)을 산수로 표현한 <수성동도>에서 차용한 것으로 작가는 붓과 먹이 아닌 카메라 렌즈를 통해 사람이 떠나간 빈 공간 안에 겹쳐진 자연 풍경을 동시대적인 감각으로 전달하고 있다.

 

장민승 작가는 2009년 9월부터 철거가 진행 중이던 현 종로구 옥인동 소재의 옥인 시민아파트를 찾아 291세대 중 특정한 10세대의 내부 모습을 외부의 자연경관과 함께 카메라에 담았다. 두 개의 풍경이 공존하는 이 곳은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의 삶의 터전이었던 백악산과 인왕산 아래 장동 일대를 화폭에 담은 곳으로 현재 진경산수화에 그려져 있는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하여 자연공원으로 조성 중이다. 다큐멘터리적 대상들이 최대한 배제된 특정한 공간을 선택한 작가는 내부의 벽지와 같은 내장재에서 보여지는, 인간에 의해 양식화되어 재현된 자연과 열린 창문너머의 순수 자연이 중첩된 상황을 60인치가 넘는 대형사진으로 재현함으로써 시각의 한계를 초월한 섬세하면서도 회화적이고 초현실적인 풍경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겸재 정선이 작품에 담고자 했고, 이 아파트에 살았던 사람들이 창문 너머로 바라보던 인왕산의 풍경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현함으로써 삶의 흔적이 베어있는 철거현장이 아닌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법한 낯설고 기이한 풍경을 선사한다. 단순한 기록 차원의 다큐멘터리를 넘어, 장소에 대한 주관과 주제 의식을 통해 공간과 자연에 대한 새로운 미학적 가치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장민승 작가의 시각으로 포착된 특정한 장소를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정적인 상태로 마주할 수 있으며, 이는 보는 이의 감성을 한층 더 풍부하고 정교하게 이끌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