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 Soon Ja: 한순자

미술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변화와 부침이 많았던 2008년 한 해를 보내며 조현화랑은 밝은 에너지로 충만한 한순자의 근작전을 개최한다. 동그라미만을 가지고 독창적인 회화의 세계를 창조한 한순자의 이번 전시는 2005년에 이은 두 번째 부산 조현화랑 개인전이며, 그 동안 더욱 다차원적으로 발전한 한순자의 회화 세계를 보여준다. 부산 전시에서는 그림의 틀을 튀어나온 그녀의 동그라미들이 만드는 생동감 넘치는 공간을 경험할 수 있는 설치 작업도 전시된다.

 

20여년째 파리에서 거주하며 활동해 온 한순자는 이미 1980년대 말부터 프랑스에서 작품을 발표하여 왔다. 그녀의 첫 회화적 성과는 추상표현주의의 유산이 많이 느껴지는 어둡고 두터운 마티에르의 그림이었으며 시장의 호응을 얻었으나 작가는 이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과 회화에 대해 근원적인 탐구에 몰입하여 1990년 중반에 새로운 작가로 다시 탄생하였다. 초기의 두꺼운 마티에르와 격정적인 제스처는 점, 선, 면으로 제한되고 제작 방식에 있어서도 신체의 흔적을 없애고 기하학적인 도형과 단순한 색면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초기 회화에 반복해서 나타나던 유기체적인 원형은 완벽한 동그라미로 정리되고 차츰 유일한 구성 요인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동그라미 혹은 원은 근원의 형태로서 공(空), 우주, 해, 달, 별, 세상을 상징하며, 눈과 렌즈 같은 시각 장치를 상징하기도 한다. 원은 천체, 바퀴 혹은 공처럼 돌고 구르며 움직이는 역동성을 가지고 있다. 삼각이나 사각의 의도성이나 고정성과는 달리 자동성, 운동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X에 상반하여 긍정과 옳음을 표시하기도 한다. 한순자에게 원이 필요충분조건이 된 것은 유리 구슬에 매혹되었던 최초의 미적 체험과도 무관하지 않지만, 무엇보다도 어디로든지 굴러갈 수 있는 동그라미의 역동성과 생동감이 구성의 묘를 끊임없이 자극하기 때문이다. 제각기 수축, 팽창, 열림, 닫힘 그리고 빛과 온도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색 동그라미들 간의 균형을 찾아가는 일은 한순자의 작품에 과거 기하학적 추상의 정적인 구성에서는 찾기 힘든 생동감과 역동성을 부여하였다. 바로 그 역동성으로 한순자는 평면에서 공간 설치로 그리고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거침없이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다양한 매체의 경험은 그가 다시 화폭 앞으로 돌아왔을 때 더욱 강렬하고 견고하며 다차원적인 회화 공간을 창조한다.
엄밀한 구성 속에 순발력과 지기가 넘치는 한순자의 쾌활한 세계는 누구나가 기억 깊은 곳에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움과 유희의 즐거움을 상기시키는 낙원이다. 동그라미를 가지고 구성의 묘를 탐구하고 그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것이 한순자의 작업이고, 거기서 얻어진 에너지를 만인에게 되돌려 주는 것이 그의 예술이다.

 

작가 약력
1952 서울 생, 1983년 이래 파리에서 거주하며 작업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파리 국립장식미술학교에서 회화 수업

 

최근 개인전
2007 프랑스 쌩테티엔 현대미술관 / 이태리 나폴리 크리스피 궁전
2006 이태리 밀라노 비스마라 갤러리
2005 부산 조현화랑 / 프랑스 리용 마티외 갤러리
2004 이태리 밀라노 비스마라 갤러리 / 프랑스 리용 마티외 갤러리 / 서울 토탈 미술관 / 서울 갤러리 현대 / 일본 동경 도쿄 갤러리

 

최근 그룹전
2008 “원,원,원” 부산 조현화랑 / “마이크로 나레이티브”, 프랑스 쌩테티엔 현대미술관
2007 “블루” 서울 조현화랑 / “시간의 홈에서” 부산 시립미술관 / “옵티컬 엣지” 뉴욕 프랫만하탄 갤러리 / “동심 만세!” 부산 조현화랑
2006 “픽션@러브” 중국 상하이 미술관 / “40주년 기념전” 이태리 밀라노 비스마라 갤러리 / “한국적 조곡-재불여성작가 8인 전” 프랑스 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