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Dong Gi: 이동기

2013년 3월 29일부터 4월 28일까지 조현화랑 부산에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팝아트(POP ART) 작가 이동기의 전시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아토마우스(Atomause)>, <버블(Bubbles)>, <더블비전(Double vision)>시리즈 등 2007년부터 최근까지 제작된 작업 총 60여점의 회화로 구성되며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갤러리 다운타운과 함께 선보이는 대규모 개인전이다.

 

이동기는 동시대 대중문화와 현대미술의 흐름에 반응하며 한국 미술계의 팝아트를 개척해온 선구자적 위치에 있는 작가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 팝아트를 재조명하는 미술사적 의의뿐만 아니라 ‘아토마우스’의 탄생 20주년을 맞이하여 작품을 돌아보고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게 될 작업세계를 예측해보고자 기획되었다.

 

이동기 작업의 홀마크가 된 ‘아토마우스’는 일본의 만화 주인공인 ‘아톰(Atom)’과 미국 디즈니랜드 만화캐릭터인 ‘미키마우스(Mickey Mouse)’를 합성시켜 창조해낸 새로운 캐릭터이다. 작가는 1970년대 이 두 가지의 만화를 모두 보고 자란 한국의 젊은 세대로써 미국과 일본만화의 캐릭터를 결합해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최초의 ‘아토마우스’를 창조해낸 1993년 이후 그의 캐릭터는 네이버 백과사전에 등재되어 있을 정도의 유명세를 과시하며 지금까지 성장과 진화를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2013년인 올해는 ‘아토마우스’가 탄생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로 시대가 바뀔 때마다 변화된 캐릭터의 모습과 다양한 정체성을 두루 감상할 수 있는 뜻 깊은 전시가 될 것이다.

 

“내 작품은 일종의 절충주의(eclecticism)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시각적 스타일들이 하나의 작품안에 공존하고 있고, 서로 이질적이고 모순되어 보이는 내용들이 섞여 있다.” – 이동기, 2010년 개인전 관련 인터뷰 中

 

이동기는 지금까지 순수한 회화방식인 페인팅(Painting)이라는 매개체 안에서 다양한 소재와 표현방식을 접목하는 시도를 해왔다. 1993년作 <아토마우스>는 이러한 시도를 보여주는 초기의 예이며 두 개의 유명 만화캐릭터가 혼합되었지만 각 요소들은 그대로 공존하고 있다. 전시에도 이러한 방식을 도입하고 있는데 작품 <A의 머리를 들고 있는 A><꽃밭>의 경우처럼 밝고 유쾌한 작업이 죽음, 폭력과 같이 어두운 주제를 담은 내용들과 함께 어우러진다. 또한 표현방식에서도 애니메이션, SF이미지, 추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2008년부터 3년여에 걸쳐 완성한 <자살>이란 작품에서도 캔버스를 좌우로 분할해 서로 이질적인 장르를 결합하기도 했다.

 

이동기 작품에 등장하는 많은 이미지들은 세상의 모든 복잡한 요소들과 연관되어 있다. 그 안에는 추상과 구상, 물질과 정신,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숭고함과 시뮬라크르, 무거움과 가벼움, 실재와 환상, 내부와 외부 등, 이분법적 사고에 관심을 두어 혼재된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오래 전부터 이동기는 “아무것도 창조하지 않는 작가가 되고 싶으며, 창조하지 않는 것은 사실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라고 말해왔다.

 

작가는 어떤 주장을 하거나 어떤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작가의 주관적 세계로부터 벗어나는 ‘비주관적 작품’이라 표현한다. 하지만 이것은 ‘객관적’ 또는 ‘반(反)’주관적’인 것과는 다른 개념이다. 오히려 서로 이질적인 혹은 대립되는 두 영역 사이의 균형과 공존이 이동기 작가가 추구하는 예술 세계인 것이다.

 

또한 그의 작업은 기존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확장시킨다. <아이 박스(I-Box)>는 로버트 모리스의 개념미술 작품을, <A의 머리를 들고 있는 A>는 카라밧지오의 회화를 차용했고, 프로이트 초상이나 오래된 종교적 주제를 재해석하기도 했다. 한편, 최근에는 그의 관심사인 ‘K-pop’ (‘K-pop’이란 용어는 사실 이동기가 2003년 일민미술관 개인전에서 사용하려던 제목이었으나 주변의 반대로 더 은유적인 제목인 ‘크래쉬’를 사용한 바 있다. ‘K-pop’은 미술계에서는 다른 의미 즉, 1990년대 후반부터 국내에 성행한 팝아트적 경향을 지칭하는 데 쓰였다.) 즉 한류라는 문화현상을 다룬 작품이 두드러진다. 한류스타 ‘슈퍼주니어’를 모델로 한 작업이 대표적으로, 1988년作 <조용필> 이후 당대 유명가수를 그렸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는 텔레비전상에서 완벽하게 연출된 상태로 보여지는 드라마의 캐릭터도 실체가 없는 가상 이미지라는 점에서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속 캐릭터와 유사하다고 본다. <휴대폰을 든 여인>은 한국드라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미지를 모티프로 하고 있다. 점차 현대인들은 이런 이미지와 자신을 동일시하고자 하는 욕망에 익숙해져 가는데, 이들은 표상적으로 존재하나, 죽음을 초월한 숭고함과 추상성도 지닌다는 양면적 특성이 있음을 지적한다.

 

“이질적인 여러 가지 영역을 어떤 방식으로 결합하고 통합할 것인가? 또는 그들 사이의 밸런스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이것이 동시대적인 흐름 속에서 나의 주된 관심사이다” 라고 작가는 말한다. 결국 그의 작업은 ‘균형’과 ‘긴장’이라는 화두로 세포가 결합하고 분열하며 증식하듯 새로운 생명체에 태동을 보여주는 험난한 결과물이 아닐까 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이동기 작가의 끊임없는 열정과 거침없는 시도로 잉태된 신선한 조형세계를 만날 수 있는 장이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