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화랑 부산에서는 2013년 2월 15일부터 3월 19일까지 한국 전통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중요한 전시를 두 차례에 걸쳐 선보인다. 1부 나무기러기와 2부 보자기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는 한국의 서정성을 바탕으로 현대 미술에 견주어도 손색없는 조형적 완성도를 보여준다. 목안과 보자기 자체가 지닌 빼어난 조형과 색채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61마리의 나무 기러기들과 조명위로 씌운 보자기들은 현대 설치미술에서도 접하기 힘든 독특한 분위기와 아우라를 만들어낸다.이번 전시는 골동품 컬렉터로 유명한 ‘설악의 화가’ 김종학 화백이 수십 년간 모은 것 중에 일부를 엄선하여 기획하였다.

 

2월 15일에 시작하는 1부에서는 총 60여 마리의 나무기러기가 전시된다. 나무기러기(목안)는 예부터 혼례에 사용한 것으로 청실홍실을 코에 꿰고 홍색 보자기에 곱게 싸여 부부가 되는 청춘 남녀에게 백년해로의 기원을 담아 전해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직접 소장하지 않고 마을 공동에서 관리하도록 했다는데, 아마도 부부 혹은 일가족만의 행복을 기원하는 것 보다 더 나아가 이웃 또는 마을 전체의 소망을 함께 넣은 상징성이라 볼 수 있다.

 

<규합총서>에서 기러기에 대해 이르기를 ‘짝에 대한 절개가 강하고 이동할 땐 선두와 후미가 상응하여 예(禮)가 있으며 추우면 남으로 더우면 북으로 가니 신(信)이 있고, 밤엔 무리가 잘 때 하나가 경계를 보니 이 또한 지혜가 있기에 예폐(고마움의 뜻으로 보내는 물건)를 하는 데 쓴다’고 했다. 이처럼 기러기를 사용한 우리 선조들은 이 기특한 동물에게서 우리가 가지고 가야 할 중요한 덕목들을 발견하고 그것을 오래도록 보존하여 후세에도 그러함이 널리 알려지길 바랬는지 모른다. 지극히 자신만을 보며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우리들에게 기러기나 선조들은 조금 더 주변을 살펴 나 혼자가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함을 강조하고 자칫 서로만을 보며 살아갈 수 있는 부부에게 주변을 두루 살펴 보라는 지혜를 가르쳐주고 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목안은 나무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에 기러기의 깃털, 날개 등의 섬세함이 조각돼 현대 작품의 조형성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작품이다. 몇 십년, 몇 백년을 숨을 쉬며 살아가는 나무는 우리가 보낸 세월만큼 아니 더한 세월을 보내며 살아왔다. 거기에 기러기가 가진 덕목이 더해져 그 아름다움은 배가 되어 나타난다. 또한 나무 조각 고유의 조형미를 나타내기도 했지만, 김종학 화백의 색을 더해 그 조화가 더 빛이 난다. 목안을 가만히 살펴보면 어느 하나 똑같은 것이 없다. 저마다 가지고 있는 다양함이 절로 미소를 짓게 하며 부리모양, 목의 길이, 날개에 있는 무늬 등 만들었던 사람들이 가졌던 염원이 다르듯이 다 다르게 생겼다. 그 위에 알록달록 색들까지 우리가 생각했던 기러기의 모습과 거리가 있는 것도 있지만, 그래서 더 정이 간다.

 

1부에 이어 3월 5일부터 3월 19일까지 전시되는 ‘바라보다 – 보자기’ 전시는 ‘보자기’라는 말 그대로 ‘복’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조각조각을 이어 만들어진 것이다. 한자로 ‘보(褓)’ 또는 ‘복(袱)’으로 표기 하는데, 여기서 ‘복(袱)’이 유사한 발음의 ‘복(福)’과 음이 상통하여 부르기도 한다. 보자기에는 일종의 기복 신앙적인 상징도 담겨있다. 치성을 드린다는 행위는 대상에 공을 들인다는 것으로 여기서 대상은 복을 부르는 매체가 된다. 조각 천을 하나하나 붙이는 작업은 마치 공을 들여 복을 비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과 같아 이렇게 정성 들여 만든 보자기는 물건을 싸서 보관하거나 운반하는데 사용되어 복을 함께 전한다 할 수 있다. 특히 혼례용으로 사용되어 복을 함께 싸서 가져간다는 의미가 부여되어 각종 예물에 많이 사용되어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보자기는 자투리 천을 이용하여 이어 붙이는 사람의 솜씨에 따라 그 모양새가 달라진다. 솜씨가 있으면 있는 데로 서투르면 서투른 대로 무의식적으로 만들어진 ‘무기교의 기교’가 오히려 더 자연스러움과 아름다움이 함께 조형의 독창성으로 묻어나 재미를 더하는 것 같다. 만드는 이에 따라 컬러의 배색, 문양의 구성이 달라지고 담아내는 물건에 따라 형태나 스타일이 자유자재로 변하며 묶는 이의 매듭 방법과 방식이 다양해져 천편일률적인 지금의 모습에선 볼 수 없는 예술성이 나타난다.이번 전시에 보여지는 보자기들은 김종학 화백이 50년간 수집해온 150점의 보자기 중에 35점만 엄선하여 보여진다. 세월이 무색하리만큼 강렬하고 화려한 색채의 보자기들이 있는가 하면 은은하게 천연 그대로의 색을 뿜어내는 보자기들도 선보인다. 모두 이름 모를 옛 여인들이 한땀 한땀 정성스레 만든 보자기들이다.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닌 현대와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