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화랑 부산에서는 2011년 9월 2일부터 10월 2일까지 이광호 개인전 ‘Touch’ 를 선보인다. 한국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작가로 각광받아온 이광호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부산에서 소개되어 그 의미가 크다.
일상적인 소재를 형상의 재현을 넘어 자신만의 독창적인 언어로 해석하는 이광호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최근 작업한 <선인장>, <풍경> 시리즈 총 28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선인장><풍경>시리즈는 과거 100명의 초상화를 그려나갔던 시리즈의 연장선상에 있다. 대상이 되는 인물과 대화하면서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심상까지 표현하려 하며, 대상에 대한 진지한 탐구를 보여주었던 작가의 태도가 이번 작품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대상의 내면을 건드리고자 했던 이전 작업과 다르게 <선인장><풍경>시리즈에서는 대상을 정하고 그것을 사진으로 촬영한 뒤, 관찰과 모사를 병행하여 작품을 완성해 가면서 작가 자신의 내면의 욕망을 표출하고자 하였다.
 
이 과정에서 무수한 붓질과 나이프의 흔적, 때로는 문지르기도 하고, 두드리기도 하는 작가의 ‘터치(Touch)’를 통해 대상은 일종의 추상적 면 혹은 색의 덩어리가 될 때까지 극대화되고, 비현실적이리만치 거대하게 확대된 선인장들은 ‘선정적’이거나‘동물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너무나 거대해져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발산되는 사실성과 추상성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것은 굵고 강인한, 기념비처럼 보이는 줄기를 뽐내면서 예리하고 위협적인 가시들로 둘러쳐져 있으며, 마찬가지로 숱한 작은 가시들을 지닌 어떤 것은 통통하고 귀여운 둥근 줄기 위에 강렬한 원색의 꽃봉오리를 얹고 우리의 시선을 유혹하고 있다. 강렬하고 드라마틱하게 표현된 대상들은 작가 내면의 욕망을 드러내는 동시에 작품을 바라보는 이의 시각뿐만 아니라 신경을 건드리는 촉감까지 자극하고 있다.
 
<선인장>시리즈와 함께 선보이는 <풍경>시리즈는 수풀과 그 사이로 보이는 하늘과 바람의 움직임 등을 흐릿하게 표현한 것으로 작가가 풍경에서 다루는 대상은 자연의 이곳 저곳에서 발견되는 빈 공간들이다. 분명 텔레비전이나 책에서 봤을 법한 낯설지 않은 친숙한 풍경들에 가까이 다가가보면 대상의 묘사는 사라지고 무수한 기계적 붓질과 나이프의 흔적, 물감의 층만이 보인다. 선인장과 마찬가지로 작가만의 사실적이면서 추상적인 표현으로 풍경들은 마치 유유히 움직이는 듯하며 시공간을 착각하게 만드는 서정적인 장면과 마주하게 한다.
 
이처럼 <선인장>에서 <풍경>으로 이어지는 그의 작품들은 대상의 사진적 재현이 아니라, 회화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그리기’라는 행위에 대한 치열하고도 끈질긴 탐구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극도의 사실성과 추상성을 동시에 표현하며, 실제같이 느껴지면서도 역동적인 작품의 촉감을 통해 보통의 극사실회화의 일반적 재현과는 또 다른 감각의 영역을 보여주는 이광호의 작품세계가 이번 전시를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