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풍경: 노충현

조현화랑 부산에서는 2011년 6월 3일부터 7월 3일까지 노충현 개인전 <살 풍경>을 선보인다.

 

도시 속 불특정적이고 소외된 공간을 자신만의 독특한 회화적 색깔로 표현하는 작가 노충현은 이번 전시 <살 풍경>을 통해 31점의 최근작을 선보인다. 보잘것 없이 외롭고 스산한 정경이라는 사전적 의미의 <살 풍경>은 한강시민공원을 소재로 작업한 풍경 시리즈이다. 작가는 2005년 첫 개인전을 통해 선보인 바 있는 이 시리즈를 이번 전시를 통해 재탐구한다.

 

한강시민공원은 작가에게 밀도와 속도의 과잉으로 채워진 도시를 벗어날 수 있는 여백의 공간이다. 무대미술을 직업으로 삼았던 경험이 있는 작가는 이 텅 빈 공간을 주인공으로 평면의 회화를 통해 심리적 무대를 설치한다. 테레핀이 많이 섞인 차분한 색채와 거친 붓 터치로 채워진 풍경은 밋밋하고 생기가 없다. 대신, 풍경의 요소들이 지워지고 옅어진 캔버스 속 부재의 공간은 소리, 냄새, 온도, 촉감, 기억으로 채워져 보는 이를 끌어들인다.

 

“시각은 촉각을 부르고 같이 모여서 청각적 효과를 낸다. 그의 그림에서는 소리가 들린다. 눈, 비, 황사, 시멘트 가루, 먼지 같은 것이 쏟아지는 소리이다. 집중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정도로 희미한- 거의 침묵에 가까운 흐릿한 소리, 보다 희미하고 납작해진 그림….눈에 들어오는 것은 풍경이지만 느끼는 것은 촉각이나 청각이 된다.“

– 강홍구의 평문 ‘풍경의 촉각: 노충현의 몸에 닿는 풍경’ 中

 

작가는 실제 풍경의 시각적 재현이 아닌 촉각적, 청각적 경험의 재현을 시도함으로써 회화를 통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강홍구의 평문 제목인 ‘몸에 닿는 풍경’과 같이 노충현의 풍경 속 낡은 사진과 같은 일상의 단편은 현대인이 안고 있는 상실감, 공허함, 무기력함을 차갑게 비추면서도 포근하게 위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