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s /
Yuichi Higashionna
Kim Sungsoo
Yun Aiyoung
Lee Kwang Kee
Chang Sungeun
Choi Soo-Whan
Hong Seung-Hye

 

<Light On!> 은 빛을 재료로 다룬 일곱 명의 젊은 작가들을 통하여 시대의 감성을 짚어보는 전시이다. 전기가 발명되고 도시의 밤이 점점 찬란한 빛으로 장식되면서 빛을 재료로 삼는 작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1920년대부터 유럽에서 실험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스스로 빛나는 작업은 1960년대 이후 예술과 테크놀로지의 밀월을 통하여 다양한 전개를 보게 되었다. 형광등, 네온 싸인, 레이저, LED, 비디오, 각종 프로젝터와 전자 조정 시스템의 발명과 보급은 동시대의 감각을 담아낼 새로운 재료를 찾는 작가들의 상상력에 활력을 불어 넣으며 회화나 조각의 장르를 넘어서 설치, 환경 미술, 퍼포먼스로 확장되었다. 조명은 이제 어느 작가나 한 번쯤 다뤄보는 흔한 재료가 되었다.

 

전기불/빛은 비물질적인 순수한 색이나 공간 혹은 에너지로서 작업되기도 하고 때로는 발광기 특유의 심리적이고 감성적인 측면 즉, 감전의 위험, 죽음의 공포, 일순간에 꺼지거나 깨져 버릴 수 있는 긴장이 작품의 내용이 되기도 했다. 여명의 은은함을 만드는가 하면 눈부심으로 시각을 마비시키거나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공격적인 오브제가 되기도 하는 빛은 사물도 현상도 아니며, 무한한 형태와 방식으로 존재하고 일상에 가까이 있으나 여전히 미지의 것이다. «누구나 빛이 무엇인지 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알아내려고 일생 동안 연구하고도 여전히 모른다고 밖에 할 수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고백에서 과학의 발달과 인공 빛의 발명에도 불구하고 고대로부터 인간을 사로잡았던 빛의 초월성은 여전히 건재함을 알게 된다. 누가 어떤 빛으로 아직 보여지지 않은 것을 보여줄 것인가? 그리고 어떤 빛나는 작품이 우리를 새로운 인식으로 인도할 것인가?

 

빛과 우주, 물과 시간의 다양한 이미지를 생성-소멸의 순환과 연결시켜 작업하는 윤애영은 결국 스위치 하나가 세상을 만들어내고 또 사라지게 한다는 생각에서 스위치들을 켜고 꺼서 만들 수 있는 도시의 야간 조감도 혹은 밤하늘을 연상시키는 <미지의 공간> 시리즈를 만들었다. “버튼을 누르는 행위에 따라서 하나의 세계가 생성되고 사라지며, 이 모든 것이 우리에게는 하나의 작은 빛으로만 보여질 뿐이다. 모든 것은 이미 존재하며 우리는 개개인의 탐구와 갈망, 호기심에 따라 어떤 것을 지각하기도 하도 지나치기도 하는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최수환이 LED로 ‘그리는’ 이미지는 종종 <심연>을 드러내기 위한 화려한 장치이다. 수만 개의 구멍을 통해 새어나오는 LED 빛이 그린 빛나는 액자는 그 앞에 선 관객이 자신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는 검은 거울이다. 또 다른 작품 <심연-전구>는 정면에서 바라볼 때만 불이 켜지는 백열등으로 작가의 기억 깊숙한 곳에 켜진 전등이다. 칠흑같은 밤의 체험은 있고 없음의 한없이 가벼운 경계에 대한 생각에 근원이 되었다.

 

유이치 히가시오나는 평범한 원형 형광등을 조합하여 바로크적인 <샹들리에>를 만들었다. 화려함이나 풍성함보다는 친밀함과 괴리감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그의 작품들은 일촉즉발의 심리적 긴장 상태를 표현하고 있다. 검은 천으로 감싸진 전구로 구성된 <블랙 샹들리에>는 빛과 어두움, 밝히기와 감추기를 병치한 시적이고 에로틱한 분위기의 오브제이다. 시신경을 자극하는 빛, 일상적이면서도 어느 순간 몹시 낯설어 지는 사물과 상황은 회화, 오브제, 설치를 아우르는 히가시오나의 작업의 공통 분모이다.

 

장성은의 <구두>는 네온 튜브의 깨지기 쉬운 나약함과 긴장, 위험을 젊은 도시 여성의 상징인 하이힐에 담아 20대를 마감하는 개인적 기념비를 만들었다. 주어진 공간을 지각하는 작가만의 방식들을 퍼포먼스, 사진과 비디오로 보여주는 장성은의 작업에서 젊은 여성이라는 작가의 사회적 신분은 일상적 공간 체험 속에 간극을 만들어 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는 밝은 방에 서 있지만 어두운 방에 있기도 한 눈을 가린 한 젊은 여성의 공감각을 통한 공간 지각에 관한 이미지이다.

 

김성수의 <메탈리카>연작은 금속성 페인트를 사용하여 전시장의 조명에 반응하는 화면이며, 보는 각도에 따라서도 변화하는 다층적 색면이다. 유리와 철골 프레임을 상기시키는 격자의 구성은 과장된 투시도법으로 공간을 왜곡하고 속도감을 주면서 화면을 견고한 공간으로 구축한다. <멜랑콜리>, <나쁜 꽃>, <네온씨티>, <메탈리카>등의 서로 다른 소재를 다루는 시리즈들을 아우르는 공통 분모는 유혹적이며 동시에 폭력적이기도 한 도시의 네온 불빛이며, 김성수는 독특한 색과 빛으로 도시적 욕망과 우울을 표현한다.

 

단순한 요소들의 조합으로 무궁무진한 형태를 만들어내는 ‘유기적 기하학’의 작가 홍승혜에게 다양한 ‘길, Ways’은 목적 못지 않게 조명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 은 미국 시인이자 미술평론가인 배리 슈밥스키(Barry Schwabsky)와 2003년 공동 작업으로 출판한 책 의 첫 구절로 ‘발견된 오브제’인 문장 혹은 작은 픽셀의 파편을 출발점으로 삼고 그것을 연계, 증식시키는 가운데 의미가 확대되는 것을 시작법과 조형 어법으로 삼은 두 작가의 평행 작업이었다. 기존의 비상구 이미지에 정육면체 공간을 부여한 조명오브제는 단위와 공간, 차용과 증식에 대한 작가의 명쾌한 작업 면모를 보여준다.

 

이광기는 60초에 한 바퀴 도는 크기가 다른 두 바늘의 움직임으로 구성된 비디오 프로젝션 <시간>을 통해서 주관적 시간과 객관적 시간 간의 차이를 빛-색-움직임으로 보여준다. 허세를 부리는 제도나 권력을 맥빠지게 하는 역설적인 이미지를 즐기는 작가에게 큰 바늘이 아무리 위협적인 속도로 화면을 종횡하여도 작은 바늘과 마찬가지로 1분에 360도 밖에 돌 수 없다는 사실이 작업 동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