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Jung Hyun: 유정현

유정현은 1973년 서울 출생으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판화과를 졸업하고 독일 뮌헨 예술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한 후 독일에서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뮌헨, 베를린, 서울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6월 26일부터 조현화랑-부산에서 열리는 <별과 검은 파편>전은 그의 여덟 번째 개인전이다.

 

유정현은 회화란 어느 시대에나 정신적, 조형적 깊이를 탐구하는 장임을 증명해 보이는 흔치 않은 작가이다. 그런데 그 깊이는 역설적이게도 피부라는 상징 이미지로 나타난다. 그녀가 그리는 박피된 듯 혹은 그림자처럼 유영하는 형상들은 피막처럼 얇다. 물감 얼룩의 흔적들은 배경과 형태를 구분하는 “경계 만들기” 작업을 통해 이름할 수 있는 형상으로 부각된다. 피부를 만들고 확인하는 행위로서의 회화를 통하여 작가가 존재적 고민을 극복해 나간다는 사실은 “가장 깊은 것은 바로 피부”라고 한 시인 폴 발레리, “나”와 세계의 경계를 지어주면서 자아의식을 형성하는 것이 피부임으로 “나는 곧 나의 피부”라는 “피부-자아” 개념을 창안한 정신분석학자 디디에 앙지외를 환기시킨다. 우연의 얼룩들, 검은 파편들을 수용하면서 문지르고 닦아내고 보완하고 장식하는 유정현의 작업은 “따뜻한 피부”를 만드는 과정과도 같으며 내부와 외부, 형태와 바탕 외에도 시각적 인식적 충돌과 대비가 만들어낸 형상들에게 회화적 존재를 부여한다.

 

이번 전시는 말 그대로 “피부 만들기” 작업인 인물상, 얼룩과 무늬, 풍경을 넘나드는 “검은 꽃” 시리즈, 그리고 일련의 사적 일기장 같은 시정이 넘치는 드로잉을 통하여 이미지를 찾아가는 유정현의 작업 여정을 보여줄 것이다. 작가는 하나의 아이템에 스스로를 가두기 보다는 이미지가 다가오는 방식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것에 형태를 부여해가는 방식을 하나의 태도로서 고수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유정현의 다양한 모티브는 풍요로움과 자유로움으로 이해될 것이다. 유정현은 “어떤 것이 아니라 어떤 가능한 것”을 화면 안에 포착하고자 하며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신선한 이미지들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