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th Scape: 권부문

조현화랑-부산은 사진작가 권부문의 개인전 <북풍경>을 개최한다.
놀라운 정밀도의 대형 풍경 사진 20여점을 전시한다.
“북풍경”은 권부문이 2008년 발표한 일련의 북극지방 풍경에 붙여진 제목이자 1970년대 초반 시작된 그의 풍경 작업의 기저를 형성하고 있는 태도와 관련된 주제다. “북”이 암시하는 추위, 고립, 침묵은 자연의 광활함 앞에서 체험하게 되는 자기 성찰의 내적 풍경에 다름 아니기 때문에 넓은 의미에서 권부문의 풍경은 북풍경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풍경을 주관과 객관이 교차하는 가운데 발생하는 현상, 실재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어떤 시선에 의하여 드러나는 현상으로서 인식하며, 자신에게 풍경이라는 이미지로 다가온 현장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그의 사진 작업이다.
작가는 “말과 의미가 무색해지는 풍경을 찾아서” 인간의 흔적이 드문 장소를 주로 작업했으며, 고공의 하늘이나 바다, 사막, 눈 덮인 단순하고 무한한 풍경을 보여주었다. 1999년 말 시작한 북으로의 여행은 아이슬랜드와 그린랜드에 이르렀으며 작가는 “궁극의 땅”이라고 생각했던 북극 지역에서 “시원(始原)의 풍경”을 만났다. 수만 년의 시간을 축적하고 있는 빙산과 유빙들이 만들어내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풍경은 작가의 기억과 상상 속의 풍경 이미지들과 조응하며 “북풍경” 연작으로 귀결되었다.
“투명한 북극의 빛, 이름할 수 없는 형태들과 투명한 색의 충격은 내 앞에 펼쳐진 풍경을 읽는 입장의 표명을 보류케 하고, 나 자신도 풍경의 일부로서 다양한 요소들의 상관 관계를 체험하게 한다. 현장에서는 이미지가 요구하는 순간을 기다리는 자세가 된다. 장소의 조건들이 대상을 잘 드러내는 순간을 포착하여 이미지로 기록하는 것은 우연 같지만, 이미지는 내 앞에 펼쳐진 세계와 관계 맺는 가운데 얻어지는 총체적인 경험의 결론이다. 어떤 대상을 물리적, 정신적 차원에서 만나는 일이 일순간 한 장의 이미지로 얻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나 자신도 늘 놀란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은 특정 상황의 선택이고 결론이다.”